Lovely Poem

어떤 날 / 도종환

바닷가 나그네 2008. 1. 6. 18:57
 
 Jean Kevorkian, Le Goyen a Pont Croix
Le Goyen a Pont Croix / Jean Kevorkian / Oil on Canvas
 
 
 
  어떤 날 / 도종환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번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겁의 강물 위를

소리 없이 누워 흘러 갔으면

무념무상 흘러 갔으면...
 
도종환
 
 첨부이미지
 
Dance of the Clauds / Ori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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