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Poem

이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바닷가 나그네 2007. 11. 5. 07:11

Reflections of the Fall 

 

 

 

이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용혜원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이 가을이 떠나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고 싶습니다


삶이 빈 껍질처럼 느껴져
쓸쓸해진 고독에서 벗어나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리움으로 피멍이 들었던 마음도
훌훌 벗어 던지고
투명한 하늘빛 아래
� 잃은 듯 취하고 싶습니다


간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부림 치도록 그립던 마음을
하나도 남김없이 날려 버리고 싶습니다


늘 비질하듯 쓸려 나가는 시간속에
피곤도 한 구석으로 몰아넣고
한가롭게 쉬고 싶습니다


머무르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랑에 나도 물들고 싶습니다


내 혼을 쏙 빼 놓을 정도로
곱게 물든 낙엽들이
온 몸을 투신하는 이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Dancing Waves / Ernesto Cortaz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