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40분부터 백담계곡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걷기 시작해서
7km 를 걸어 왔습니다. 한 20 여분 걸어 올라왔을 때 무전기 한개를 주차장에 두고온 것을 생각해냈고,
일행 한 사람이 달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동안을 지체하고 해서 약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날은 밝았는데 우리는 선등자의 판단착오로 용아장성에 올라서지 못하고
약간의 비가 내리는 구곡담계곡으로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필자는 다시 수렴동 대피소까지 내려가서 용아장성을 타자고 했지만
산위에 낀 구름이 비구름이라며 오늘 소청산장에서 묶고 내일 날이 들면 용아릉을 타고,
계속 비가 온다면 공룡능선을 타고 내리자고 합니다. 결국 힘없는 필자는 승복하고 맙니다.
백담사까지 7km정도와 이곳까지 10,4km 합쳐서 약 17,4km를 걸어올라왔는데,
봉정암까지 200m가 남았습니다. 이 200m가 경사가 심해서 고생입니다.
절을 이렇게 높은데다 지어갖고 사람을 고생을 시키다니......
봉정암에 도착하여 선등자는 내일 등정 할 용아장성 들머리를 찾으러가고,
배도 고프고 기운도 떨어진 필자는 양주를 꺼내서 홀짝거리다가 절의 일보는 어떤사람에게 핀잔을 듣고는
얼른 집어넣고 패트병에 담긴 양주로 바꿔 물을 마시는 척 하면서 마셨습니다.
비는 안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데, 아무래도 용아장성을 못 올라온 것이 후회가 많이 됩니다.
하지만 가입하고 처음 산행하는 산악회이고 보니 고집을 부릴 수도 없었고, 내일 하면 되지 뭐. 하면서 위안해 봅니다.
우리는 원래 희운각에 방을 잡아놨었는데, 구곡담계곡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일찍 도착하여
소청대피소에 독방 하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녁무렵에 가만보니 여기 저기서 용아장성을 넘어온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고집을 좀 부릴 것을 그랬나 하는 후회가 살살 고개를 듭니다.
바람이 불면 나타났다가 바람이 멎으면 숨곤하는 용아장성의 자태는 황홀 그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에 모든 잡념을 버릴 수 있었고,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하잘 것 없는, 그저 일부분에 불과 한,
티끌처럼 덧 없는 제 인생이 가엾어 지기도 했습니다.
거대한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펼치는 마지막 피날레의 장관에 압도되어
제 영혼은 숨죽인채 흐느끼고 있었죠.
어딘가에 크게 소리쳐 울부짖고 싶기도 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 태양이 지는 시간을 기다려
구름속에 붉게 물드는 노을이 보고 싶었습니다.
약 두시간 정도를 꼼짝않고 서성이면서 기다렸는데,
태양이 지는 순간 많큼은, 뭐랄까 그냥 갑자기 져 버렸습니다.
서서히 꺼져가는 불꽃처럼 마지막 몸짓으로 온 사위를 아름답게 만들고 지는 것이 아니고,
잠깐의 시간에 그냥 노을이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거죠.
왼쪽 아랫쪽에 잘 보시면 봉정암 사리탑이 보이시죠?
그 뒷편으로 암릉이 용아장성입니다.
용아장성의 들머리를 쳐 올라왔습니다. 이제부터 약 7~8 시간은 이 암릉을 타야합니다.
용아장성 전 구간중 사람을 오금저리게 만든다는 직벽입니다.
대개는 산을 올라오면서 이 암벽을 만나면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정코슨데,
우리는 거꾸로 용아장성을 내려가는 길을 선택 했기 때문에 결국 이 암벽을 올라가야 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용아릉을 올라가는 코스가 위험도 덜하고 훨씬 쉽다고 합니다.
필자가 어느 암벽인가를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필자는 일행들 사진을 촬영하느라고 혼자 뒤쳐지곤 했습니다.
제가 지나온 능선들입니다.
언젠가 날잡아 이곳에 다시 갈 때는 정과 망치를 가져갈까 합니다.
왜냐면 물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바위를 발견했기 때문인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아주 소량이라도 맑은 물이 고이는 샘을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곳 용아장성을 통털어 제일 위험한 구간인 바로 개구멍바위의 입구에서 제 배낭에 붙어있던 명찰을 떼어냅니다.
산들벗산악회에서 달았던 명찰인데, 산꾼도 아닌제가 붙이고 있기도 부끄럽거니와 제 다녀간 기념으로
뭔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일테면 시그널 같은거죠.
푸른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듯 그대 머리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어
용아의 웃음위에 함빡 피어난 가을꽃의 향기처럼 스러진
우리의 산친구 김문환이여!
하루종일 솔향기 퍼서 나르는 설악의 바람과 함께 자유로이 춤출 그대의 넋이여.
이곳이 개구멍바위입니다. 바로 이 바위위에 이곳을 통과하다 추락하여 사망한
산꾼의 명복을 비는 위령비문을 명판으로 만들어 달았는데 내용이 바로 위의 것입니다.
이곳을 지나 내려오니 산림감시원 4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동료들이 실랑이 하는 동안 아직 감시원에게 발각되지 않은 필자는 바위뒤에 숨어있었는데,
다른 사람 모두 자술서에 사인하고 하는데, 혼자 숨어 있다는게 좀 치사한 것 같아서
나와서 자수를 했습니다. 벌금 50만원을 부과 한다는데 나중에 여기 저기 탐문 해보니
20만원도 부과하고 30만원도 부과하고 완전히 엿장수 맘이라네요.
좋았던 기분이 싸악 가시는 순간입니다.
개구멍바위를 통과하여 바로 아래에 옥녀봉인데, 이곳에도 산꾼의 위령비가 서 있습니다.
옥녀봉을 넘어 다시 봉우리 네갠가를 더 넘어내려왔더니 수렴동 계곡입니다.
역시......개울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개울에 들어갈 경우 산림법에 의거 벌금 얼마 등등 협박인데,
이 나라는 광장을 만들어놓고 못 들어가게 버스로 막고,
잔디밭을 만들면 들어가지 말라고 팻말을 박고,
맑은 개울이 있으면 들어가면 벌금을 물리고,
멋진 산이 있어 등정하면 그 또한 법에 저촉됩니다.
이 나라는 광장이나, 잔디밭이나, 개울이나, 산이나, 그런걸 위해서 인간이 존재 해야하는
민주주의 국가 입니다.
백담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도 개울에는 못 들어갑니다.
그저 돈이나 쌀이나 불사를 위한 뭔가를 가지고 와서 머릴 조아리던지 아니면 꺼지던지 둘중에 하납니다.
꺼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볼 일도 다 봤으니.....
용대리까지 버스비도 2,000원이나 받습니다. 말이 셔틀버스지 완전 바가집니다.
'여행과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109등산코스 (0) | 2012.05.18 |
---|---|
[스크랩] 내변산 쇠뿔바위봉 산행앨범 (0) | 2011.09.21 |
[스크랩] 용아장성 4 (0) | 2009.06.25 |
[스크랩] 용아장성 3 (0) | 2009.06.25 |
[스크랩] 용아장성 2 (0) | 2009.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