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 가장의 고백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내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아내의 남편입니다.
명세서만 적힌 돈 없는 월급 봉투를
아내에게 내밀며 내 능력 부족으로
당신을 고생시킨다고 말하고,
겸연쩍어하는 아내의 무능한 남편입니다.
세 아이의 엄마로 힘들어하는
아내의 가사 일을 도우며 내 피곤함을 감춥니다.
그래도 함께 살아 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남편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이들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요것조것 조잘대는 막내의 물음에
만사를 제쳐 놓고 대답부터 해야 하고
이제는 중학생이 된 큰 놈들 때문에
뉴스 볼륨도 숨 죽이며 들어야 합니다.
막내의 눈높이에 맞춰 놀이 동산도 가고,
큰 놈들 학교 수행 평가를 위해 자료도 찾고,
답사도 가야 합니다.
내 늘어진 어깨에 매달린 무거운 아이들 유치원비,
학원비가 나를 옥죄어 와서 교복도 얻어 입히며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생일날 케이크 하나 꽃 한 송이 챙겨 주지 못하고,
초코파이에 쓰다만 몽당 초에
촛불을 켜고 박수만 크게 치는 아빠.
나는 그들을 위해 사는 아빠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어머니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어머니의 불효 자식입니다.
시골에 홀로 두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장거리 전화 한 통에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불쌍한 아들입니다.
가까이 모시지 못하면서도
생활비도 제대로 못 부쳐 드리는 불효 자식입니다.
그 옛날 기름진 텃밭이 무성한 잡초 밭으로 변해
기력 쇠하신 당신 모습을 느끼며,
주말에 한 번 찾아뵙는 것도
가족 눈치 먼저 살펴야 하는 나는,
당신 얼굴 주름살만 늘게 하는
어머니의 못난 아들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사십 대 직장(중견) 노동자입니다.
월급 받고 사는 죄목으로 마음에도 없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도 삼켜야 합니다.
정의에 분노하는 젊은이들 감싸안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고개 끄덕이다가
고래 싸움에 내 작은 새우등 터질까 염려하며
목소리 낮추고 움츠리며 사는 고개 숙인 사십 대 남자.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집에서는 직장 일을 걱정하고
직장에서는 가족 일을 염려하며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엉거주춤, 어정쩡, 유야무야한 모습,
마이너스 통장은 한계로 치닫고
월급 날은 저만큼 먼데 돈 쓸 곳은 늘어만 갑니다.
포장마차 속에서 한 잔 술을 걸치다가
뒤 호주머니 카드만 많은 지갑 속의
없는 돈을 헤아리는 내 모습을 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가장이 아닌 남편,
나는 어깨 무거운 아빠,
나는 어머니의 불효 자식,
나는 고개 숙인 사십 대 직장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껴안을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어도,
그들이 있음으로 인해 나는 행복합니다.
그들이 없으면 나는 더욱 불행해 질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나의 행복입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나일 때보다
더 행복할 줄 아는 사십 대입니다.
사랑한 만큼 오늘을
믿고 일어설 용기가 생깁니다.
<여보, 나 힘들어 - 남편 이야기 > 중에서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내셔날 파나소닉의 창시자
마쓰시다 고노스게"는 자신에게
하늘이 준 3가지 은혜가 있다고 말 합니다.
첫째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부지런히 일해야 살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고,
둘째로 약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아 90세 까지도
건강하게 살 수 있었으며,
세째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삼았던 것이
자신의 성공비결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격는 고통과 어려움의 시간들이
시련의 시간들이라면
이것이 곧 성공을 위한 축복의 시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