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Poem

바위를 위한 노래/이외수

바닷가 나그네 2007. 6. 12. 07:12


바위를 위한 노래/이외수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천만년 한 자리에 붙박혀 사는 바위도

날마다 무한창공을

바라보나니

기다리는 일은

사랑하는 일보다 눈물겹더라

허연 거품을 물고 실신하는 바람

절망하고

눈보라에 속절없이 매몰되는 바다

절망하고

겨울에는

사랑보다 증오가 깊어지더라

지금은 작은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무덤이더라

그래도 천만년 스쳐가는 인연마다 살을 헐며

날마다 무한창공을

바라보나니

언젠가는 가벼운 먼지 한 점으로

부유하는 그날까지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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