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나절의 노래 / 한영옥
너를 잊고 싶다
너와 상관없던 하늘과
너와 상관없던 꽃의
무심하고 텅 빈 여백 속에
저녁나절 고개 수그리고 걸어 들어가
내 마음대로 팔을 휘젓던 그 자유를
나는 다시 찾고 싶다
그토록 재빠르게
너는 나의 하늘과 꽃으로 스미었는가
어디에도 여백이 없다
아늑한 저녁나절이 저 혼자 스러졌다
너를 잊고 싶다
내 마음대로 팔을 휘저으며
보무당당 홀로 걷고 싶다
재즈 6 / 유하
해운대 백사장을 걸었다
무너지기 직전의 노을
오늘도 하루의 세상이 용서받는다
노을 같은 마음으로 살리라
내가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나를 낳았다는 생각,
욕망이 또 하루분의 나를 낳을 때,
파도의 운명을 생각했다
끊임없이 몰려오고 또 몰려오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삶의 모래사장 위에 글씨쓰기
지우개처럼 몰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고작, 글씨체가 불만스러웠다
노을이 마지막 손길을 저어 물었다
네 상처의 색깔도 나와 같니?
난 아직 멀었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뻔한 내러티브의 드라마
나는 한치 앞만을 내다보며, 웃는다
Loving Cello - ralf B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