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derful Writing

홀로서기/서정윤

바닷가 나그네 2008. 4. 9. 17:20


홀로서기.2




1 추억을 인정하자 애써 지우려던 내 발자국의 무너진 부분을 이제는 지켜보며 노을을 맞자. 바람이 흔들린다고 모두가 흔들리도록 버려 둘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또 잊어야 했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육신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내 가슴에 쓰러지는 노을의 마지막에 놀라며 남은 자도 결국은 떠나야 한다.


2 아무도 객관적인 생각으로 남의 삶을 판단해선 안 된다 그 상황에 젖어보지 않고서 그의 고민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졌던 그 숱한 고통의 시간을 느껴보지 않고서, 그 누구도 비난해선 안 된다 너무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가슴 아득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절망은 어쩔 수 없고 네 개의 가시로 자신은 완전한 방비를 했다면 그것은 가장 완전한 방비인 것이다.


3 나로 인해 고통 받는 자 더욱 철저히 고통하게 해 주라. 고통으로 자신이 구원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남이 받을 고통 때문에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아닌 것은 아닌 것일 뿐 그의 고통은 그의 것이다. 그로 인해 일어난 내 속의 감정은 그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 뿐 아닌 것은 언제나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은 옳은 길을 걸은 것이다.


4 나의 신을 볼 얼굴이 없다 매일 만나지도 못하면서 늘 내 뒤에 서 있어 나의 긴 인생길을 따라다니며 내 좁은 이기심과 기회주의를 보고 웃으시는 그를, 내 무슨 낯을 들고 대할 수 있으리. 부끄러움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지만 자랑스레 내어 놓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기에 좀더 살아 자랑스레 내어 놓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기에 좀더 살아 자랑스러운 것 하나쯤 내어 보일 수 있을 때가 되면 자신있게 신을 바라보리라 지만, 언제가 되어질지는, 아니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겠기에 <나>가 더욱 작게 느껴지는 오늘 나를 사랑해야 할 것인가, 나는.


5 나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시행착오에 대한 질책으로 어두운 지하 심연에 영원히 홀로 있게 된대도 그 모두 나로 인함이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으리 내 사랑하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 유황불에 타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있는 그 어디에도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벅찬데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든 신의 또다른 뜻은 무엇일까.

배경음악...Chris Glassfield - Swan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