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Poem

한 그루 나무를 그린다/마종기

바닷가 나그네 2007. 12. 13. 12:37
      

 

 

그림 그리기 4

마종기


한 그루 나무를 그린다,외롭겠지만
마침내 혼자 살기로 결심한 나무.
지난 여름은 시끄러웠다.이제는
몇 개의 빈 새집을 장식처럼 매달고
이해 없는 빗소리에 귀기울이는 나무.
어둠 속에서는 아직도 뜬소문처럼
사방의 새들이 날아가고,유혹이여.
눈물 그치지 않는 한 세상의 유혹이여.


요즈음에는 내 나이 또래의 나무에게
관심이 많이 간다.
큰 가지가 잘려도
오랫동안 느끼지 못하고
잠시 눈을 주는 산간의 바람도
지나간 후에야 가슴이 서늘해온다.
인연의 나뭇잎 모두 날리고 난 후
반 백색 그 높은 가지 끝으로
소리치며 소리치며 가리키는 것은 무엇인가.

 

 

꿈꾸는 당신

마 종 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 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 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낯선 재회 - 김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