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나그네
2007. 9. 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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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1
이정하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외로우냐고 묻지 마라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빈 들판 낡고 해진 추억만으로 한 세월 견뎌왔느니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누구를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마라 일체의 위로도 건네지 마라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마음 속에 섬기는 일은 어차피 고독한 수행이거니
허수아비는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고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외롭다 사랑하는 그만큼 외롭다...

허수아비.2
이정하
살아가다 보면 사랑한다는 말만으로 부족한 것이 또한 사랑이었다. 그에게 한 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던 허수아비는. 매번 오라 하기도 미안했던 허수아비는 차마 그를 붙잡아둘 수 없었다. 그래서 허수아비는 한 곳만 본다. 밤이 깊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

허수아비, 그 이후
이정하
밤만 되면 허수아비는 운다. 늙고 초라한 몸보다는 자신의 존재가 서러워 한없이 운다.
한낮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서 있지만 밤만 되면 허수아비는 목이 메인다.
속절없이 무너져 한없이 운다...

Canzona - Secre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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