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를 보냅니다 방울 방울 그려지는 추억의 몸짓들을 물무늬로 번져 흘러가는 빗물에 그렇게 떠나 보냅니다
미처 떠나지 못한 그대 있거든 오후 2시의 기도에 묻어 버립니다 기도는 날을 세워 부는 칼바람도 아니고 흰 눈 앞세워 질척이는 진눈개비도 아닌 겨울을 열어가는 빗줄기의 걸음에 느린 장단을 맞추 듯 그리움 한 올씩 내려가며 이어지고
그래도 묻혀지지 않은 그대는 찬찬한 눈빛으로 지우렵니다 겨울비 오는 날에 지워지는 그대 보며 세월의 손등에 입맞춤 해도
어느새 나는 하얀 눈을 꿈꾸고 있습니다

눈이 내리는데 - 유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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